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떤 작품은 장면 하나하나가 오래도록 남는 반면, 어떤 작품은 끝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기도 해요. 그 차이는 단순히 스토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즘 드라마는 '감정선'이 핵심이에요. 얼마나 인물의 감정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느냐, 그리고 그걸 얼마나 부담 없이 연출하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죠.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21년에 방영된 <그해 우리는>과, 2025년 11월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마지막 썸머>입니다. 두 드라마 모두 ‘리모델링 로맨스’, 즉 한 번 끝났던 관계가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지만, 감정을 보여주는 방식은 정반대에 가까워요. 이번 글에서는 이 두 드라마를 감정 연출, 전개 방식, 리모델링 로맨스의 특징 중심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감정 연출, 세밀하게 쌓아 올린 ‘그해 우리는’
<그해 우리는>은 전형적인 첫사랑 재회물처럼 보이지만, 그 감정선을 풀어가는 방식이 굉장히 섬세합니다. 웅과 연수는 고등학교 시절의 다큐 촬영을 계기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성인이 된 이후 다시 만나며 감정의 결이 완전히 달라지죠. 이 드라마의 감정 연출은 대사보다 ‘멈춤’과 ‘시선’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난 나 자신도 잘 몰랐어. 그냥 널 멀리하면 덜 아플 줄 알았거든.”
“그래서였구나. 난 그냥… 내가 싫어진 줄 알았어.”
이런 대사들이 말해주는 건 미련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감정이라는 점이에요. <그해 우리는>은 이처럼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며, 그 밀도를 통해 시청자와 연결되는 드라마예요.
드라마 분석, 현실을 직시하는 ‘마지막 썸머’
2025년 11월에 첫 방송된 <마지막 썸머>는 현재까지 4회가 방영된 청춘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주무관 송하경(최성은)과 건축가 백도하(이재욱)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리모델링 로맨스로, 시골 마을 ‘파탄면’을 배경으로 진행돼요.
“그때는 몰랐어, 어떻게 아껴야 하는지.” – 송하경, 3화
하경의 말은 도하에게 직접 사과하거나 애정을 고백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충분히 깊은 감정을 전달하고 있어요. 여기에 도하는 대답하지 않아요. 그저 하경의 말을 듣고 있는 장면에서 감정이 흐릅니다. <마지막 썸머>는 말보다는 ‘받아들이는 태도’로 감정을 보여주는 드라마예요.
리모델링 로맨스, 감정선이 바뀌고 있다
이 두 드라마는 모두 ‘다시 시작된 사랑’을 다루지만, 감정선을 그려내는 방식은 다릅니다. <그해 우리는>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감정의 ‘과정’에 집중해요. 반면 <마지막 썸머>는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놓고, 그 안에서 과거를 마주보는 데 더 집중합니다.
요즘 로맨스 드라마가 보여주는 감정선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글거리거나 판타지에 치우친 사랑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감정과 상황에 집중하는 리모델링 로맨스가 대세예요. 그리고 그 중심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연출’과 ‘덜어낸 대사’가 있습니다. <그해 우리는>과 <마지막 썸머>는 그 변화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