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나오곤 합니다. 특히 남자와 여자의 영혼이 서로 바뀌는 장면은 한두 번 본 게 아닐 정도로 자주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으라고 넣은 판타지 설정이겠지 하고 넘기게 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2010년에 방송된 ‘시크릿 가든’이 있었고, 최근에는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라는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 드라마는 2회밖에 방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이 다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강물과 달빛, 그리고 영혼이 떠도는 전설이라는 배경이 주는 분위기만 봐도 뭔가 보통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은 예감이 듭니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고 과거의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도 그렇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무척 감성적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드라마들이 영혼이 바뀌는 설정을 반복하는 걸까요? 단지 재미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안에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감정과 관계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걸까요?
드라마 속 영혼 바뀜 설정,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이 서로 몸이 바뀌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진짜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몸이 바뀌었다는 설정이 아니라, 서로의 삶과 고통을 몸소 겪어본다는 데 그 의미가 있었던 겁니다. 남자의 몸 속에 여자의 영혼이 들어가고, 여자의 몸 속에 남자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둘은 서로가 얼마나 다른 환경에서, 얼마나 다른 감정으로 살아왔는지를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말로 설명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을 몸으로 겪으면서 진짜로 이해하게 되는 거죠.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에서도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과 마주하면서, 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기억과 얽히게 되는 장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설정은 결국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의 삶을 그대로 느껴보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이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몸이 바뀐다는 건 마음도 바뀌는 걸까?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몸이 바뀌면 마음도 바뀔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는 보통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둘을 일부러 떼어놓고 보여줍니다. ‘시크릿 가든’에서도, 몸은 여자인데 말투나 행동은 남자인 장면들이 굉장히 혼란스럽지만 재미있게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시청자들은 중요한 걸 깨닫게 됩니다. 몸만 바뀌었는데도,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달라진다는 겁니다.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불편함, 억울함, 혹은 외로움 같은 것들을 몸이 바뀌어야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런 경험은 현실에서는 할 수 없지만, 드라마를 통해 대신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에서 강태오가 겪게 되는 이야기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 다른 사람의 삶이 들어와 있거나, 영혼의 전설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면, 그건 단순히 과거를 되찾는 과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영혼 바뀜 설정, 우리 사회가 원하는 공감의 방식일지도
이런 설정이 왜 반복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의 정서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흔하고, 그래서 오해도 자주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드라마는 그런 갈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직접 겪지 않아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내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겁니다. 영혼이 바뀌는 설정은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한 방식입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려면, 그냥 그 사람이 되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처럼 배경이 신비롭고 전설적인 드라마일수록 이런 상징은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강은 경계를 의미하고, 달빛은 감정과 진실을 비추는 빛입니다. 그 안에서 떠도는 영혼은 기억일 수도 있고, 잊힌 사랑일 수도 있으며, 혹은 다시 살아야 할 삶의 조각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는 건,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