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콘텐츠가 되었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국경을 넘어 소비되는 환경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같은 드라마라도
나라가 바뀌면
그 이야기가 전해지는 방식은 조금 달라진다.
일본은 한국 드라마가
비교적 일찍부터 소개된 나라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로맨스부터 가족극, 스릴러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일본 방송을 통해 공개되어 왔다.
한국에서 보던 드라마를
일본에서 방영된 버전으로 다시 보게 되면,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다.
바로 포스터와 제목이다.
색감과 인물 배치,
그리고 제목에 담긴 뉘앙스는
현지 시청자가 드라마를
어떻게 받아들이길 원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일본 방송사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를 사례로,
포스터와 제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변화 속에 담긴
문화적 감성의 차이를 살펴보려 한다.
색감에서 드러나는 감성의 차이
포스터의 색감은 드라마의 분위기나 장르를 암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선호하여 파스텔톤이나 따뜻한 색감을 많이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랑의 불시착’입니다.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는 연한 베이지와 핑크 계열의 따뜻한 색감을 활용해 로맨스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TBS 채널에서 방영된 포스터를 보면 색상이 훨씬 더 진하고 선명합니다. 특히 배경에 흰 눈을 강조하고, 주인공 둘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배치하면서 레드와 블루 계열의 강한 대비를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드라마의 중심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색을 강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호텔 델루나’도 흥미로운 예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두운 남색과 보랏빛이 포스터 전반을 감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반면, 일본 KNTV에서 방송될 당시 홍보용 이미지에는 아이유의 화려한 의상이 강조되고, 전체적으로 조명이 밝아졌습니다. 무겁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보다는 화려하고 판타지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시각적으로 뚜렷하고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시청자의 관심을 빠르게 끌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인물 배치로 드러나는 시각적 선호
한국 포스터는 인물 간의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서로 마주 보는 시선, 일정한 간격, 포즈 등을 통해 이야기의 뉘앙스를 전달하려고 하죠. 반면 일본에서는 인물 간의 관계보다는 ‘누가 주인공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도깨비’의 한국 포스터는 공유와 김고은이 나란히 서 있거나, 등을 맞대고 있는 구도를 자주 사용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나 시선 방향으로 운명적인 관계를 암시하죠. 그러나 일본 방송 포스터에서는 공유가 화면의 중앙에 크게 등장하고, 다른 인물들은 주변 배경처럼 작게 배치됩니다. 주인공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구성입니다.
또한 ‘미스터 션샤인’도 한국판은 다섯 명의 주요 인물을 같은 크기로 나열하여 각자의 이야기가 중요함을 보여주지만, 일본 NHK 위성채널에서 공개한 포스터는 유진 초이(이병헌 분)를 크게 확대해 중심 인물로 부각시키고, 나머지는 배경처럼 처리되어 있습니다. 이는 일본 드라마 포스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스타일로, 핵심 캐릭터 하나에 집중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구성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려는 시각적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제목 번역,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다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송될 때 제목이 바뀌는 일은 흔합니다. 단순히 한국어 제목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새로운 제목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 시청자들이 내용과 장르를 제목만 보고도 직관적으로 파악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에서는 ‘梨泰院クラス(이태원 클래스)’라는 음차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여기에 ‘逆転人生の物語(역전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이 부제는 일본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바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愛の不時着’으로 직역되어 방영됐지만, 일본 방송사의 홍보 자료에서는 ‘국경을 넘은 금지된 사랑’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됐습니다.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문구를 더해 몰입을 유도한 것입니다.
‘미스터 션샤인’도 일본에서 원제 그대로 방영됐지만, 소개 문구에는 ‘구한말 조선 청년의 미국 군인 이야기’ 같은 설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국 시청자에게는 익숙한 역사적 배경도, 일본 시청자에게는 설명이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방송사는 제목 외적으로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여 정보를 보완합니다.
이처럼 일본 방송사들은 단어의 번역보다도 ‘이 드라마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합니다. 단어 선택 하나, 부제 한 줄, 문장 구성까지 모두 현지 시청자 맞춤 전략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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