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의 분위기와 사회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창입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 시대의 직업 선호도, 가치관, 사회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2000년부터 2025년까지의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직업 설정에도 뚜렷한 흐름과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엔 가족과 희생 중심의 역할이 많았다면, 점차 개인의 성장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직업군이 주인공 자리에 서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난 25년간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직업 TOP 10을 중심으로, 그 변화와 의미를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드라마 직업 순위 TOP 1~3, 변함없는 인기 전문직들
1위: 의사
《하얀거탑》,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처럼 병원을 배경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는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생명과 윤리를 다루는 긴장감, 팀워크 속 인간 관계 등 다양한 드라마적 요소를 담기 좋은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여전히 신뢰받는 전문직이자, 드라마에서 감정을 진중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인물로 자주 활용됩니다.
2위: 법조인(변호사·검사·판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비밀의 숲》, 《하이에나》 등 다양한 작품에서 법정과 정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권위적이고 이상화된 법조인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갈등 속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들이 늘어나며 현실감과 몰입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3위: 경찰
《시그널》, 《라이프 온 마스》, 《모범형사》 등 형사와 수사관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의감과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찰 캐릭터는 사회 문제와 개인 감정을 동시에 풀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형사나 초임 순경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며 직업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드라마 직업 순위 TOP 4~7, 시대를 담은 변화의 직업들
4위: 언론인(기자·PD·아나운서 등)
《피노키오》에서는 정의로운 기자가, 《쌈, 마이웨이》에서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인물이 등장하며 언론계의 현실과 이상을 보여줍니다. 또한 《로맨스는 별책부록》처럼 편집자나 작가 등 콘텐츠 산업 전반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도 늘어나며, 언론인은 진실과 창작의 경계를 오가는 다층적인 인물로 자주 활용됩니다.
5위: 회사원
특정 직종보다는 회사 생활 전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미생》은 입사 초년생의 현실적인 고충을 사실적으로 담아냈고, 《스타트업》은 창업과 청년 도전을 테마로 새로운 회사원 캐릭터를 제시했습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경쟁, 협업, 성장, 갈등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어 드라마적 매력을 더해줍니다.
6위: 교사
《학교》 시리즈부터 《스카이캐슬》, 《블랙독》에 이르기까지 교육현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었습니다.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 제도적 한계, 교직 내 갈등 등 다양한 이슈를 중심으로 서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특히 현실적인 교육 문제를 짚으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7위: 요리사(셰프)
《파스타》, 《식샤를 합시다》, 《오 나의 귀신님》 등에서는 음식이 이야기 중심에 서면서 요리사라는 직업도 자주 등장합니다. 요리는 단순한 기능이 아닌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그려지며, 셰프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직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직업 순위 TOP 8~10, 최근 떠오른 직업들
8위: 연예인(아이돌·배우·매니저 등)
연예계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갈등과 고독, 정체성의 문제를 조명하는 드라마들이 늘어났습니다. 《드림하이》, 《톱스타 유백이》, 《별에서 온 그대》처럼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서는 대중의 관심, 사생활 문제, 팬과의 관계 등 다양한 인간적인 갈등이 그려졌습니다. 또한 기획사 대표나 매니저 등 관련 직업군도 함께 다뤄지며 연예 산업 전반을 드라마화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9위: 공무원
대표적으로 《동백꽃 필 무렵》의 용식(강하늘 분)은 시골 마을 파출소 경찰로 등장해 따뜻한 이미지와 지역 밀착형 역할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처럼 마을 공무원, 구청 직원, 복지사 등 현실적인 행정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지방 행정과 지역 사회를 다루는 생활형 드라마에서 공무원은 공감 가능한 직업으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10위: 상담사·정신과 의사
사회 전반의 심리 문제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감정과 마음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아 사랑이야》,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에서는 상담사가 갈등을 조율하고 캐릭터의 내면을 이해하는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으며, 트라우마, 불안, 우울 등 현대인의 정서를 깊이 있게 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드라마 직업 트렌드 리포트』, 2023
- JTBC 문화연구소, “한국 드라마 직업 분석 보고서”, 2022
- KBS 다큐 <드라마로 본 한국사회>, 2024
- MBC 문화포럼 “드라마 속 직업, 현실을 반영하다”, 2021
- Nielsen Korea, 드라마 캐릭터 직업별 등장 빈도 조사, 2020~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