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지난 20여 년 동안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여성의 역할과 이미지가 있었고, 그 변화는 고스란히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에도 반영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성은 주로 가족을 지키는 어머니, 헌신적인 연인, 혹은 억울한 피해자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 캐릭터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부터는 여성 혼자의 삶, 여성의 커리어, 여성들끼리의 연대 등을 다루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이 글에서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흐름을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2000~2010년대 초반, ‘희생’과 ‘가족 중심’의 여성 역할
2000년대 초반의 인기 드라마들을 떠올려보면, 여성 주인공들은 대부분 헌신적인 아내, 모성 강한 엄마, 착하고 순종적인 이미지로 그려졌습니다. 대표적으로 《하늘이시여》, 《보고 또 보고》 같은 주말극에서 여성은 가족을 위해 모든 걸 참아내는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결혼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인기를 끌었고,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최종 목표는 사랑, 결혼, 가족으로 귀결되는 흐름이 많았죠.
2010~2020년대, ‘자기 선택’과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
2010년대를 거치며 여성 캐릭터들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미생》, 《직장의 신》에서는 여성이 직장에서 겪는 부당함을 고발했고,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여성의 성장을 그리는 이야기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는 주인공 세 명이 모두 여성이고, 그들의 삶과 일, 인간관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구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여성은 더 이상 "누군가의 엄마, 딸"이 아니라 독립적인 개인으로 그려졌습니다.
2020~2025년, ‘연대’와 ‘개인의 삶’을 말하는 여성 서사
2020년 이후부터는 여성 캐릭터들이 훨씬 더 주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소년심판》, 《우리들의 블루스》 등의 작품에서 여성은 각자의 가치와 선택을 지키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여성 주인공이라는 설정으로 비전형적 여성상을 그렸고, 《마인》은 기존 며느리 서사를 탈피해 여성들끼리의 연대와 자아 찾기를 다루었습니다. 이제 여성 캐릭터는 사랑이나 가족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출처
- KBS 공감 다큐 <드라마로 본 한국사회>, 2023
- 이현숙 외, 『드라마 속 여성상 변화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 김희경, 「‘WWW’는 어떻게 여성서사를 확장했나」, 한겨레21, 2019
- 조선일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비전형적 여성 주인공'의 인기」, 2022
- MBC PD수첩, 「드라마 속 여성, 여전히 희생자인가?」 방송분, 2018
- 여성신문, 「2020년대 K-드라마 여성 주인공 분석」,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