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사투리가 캐릭터를 완성한다 –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인물이 달라졌다.(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백일의 낭군님)

by creator04905 2025. 12. 15.

달이(충청)·홍심(가상) 말투 비교

드라마를 보고 나면, 말투가 옮는다.
나는 그런 편이다. 어떤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괜히 말끝이 또렷해지고, 또 어떤 때는 “아니, 그건 좀…” 하며 말을 흐리게 된다.

요즘은 특히 그렇다.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보고 난 뒤부터, 나도 모르게 말끝에 “~~유”를 붙이고 있다.
“아들, 쓰레기는 분리 수거를 해야되유~~.”
“글쎄유, 나는 커피보다 녹차가 좋은디~~.”

그러면 경상도가 고향이신 나의 친정엄마는 '너는 금방도 잘 따라한다'하고 웃으시곤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충청도 말투를 따라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의 말이 조금 느려지고, 한 박자 쉬게 된다.          괜히 상대 얼굴도 한 번 더 보게 된다. 요즘 이 드라마를 보면서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것 같다.

비슷한 기억이 있다. 2018년 방영된 〈백일의 낭군님〉을 보던 때다. 홍심이 처음으로 “낭군님”이라고 부르던 장면 이후, 그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사투리 억양에 실린 호칭 하나가 그렇게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이 두 드라마를 떠올리며 새삼 느낀다.
사극에서 사투리는 웃기려고 쓰는 장치가 아니다.
사투리는 캐릭터를 완성하고, 시청자의 말투까지 바꿔놓는다.


달이의 충청도 사투리 ― 정겹고 느긋한 사람의 언어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의 달이는 말투만으로 인물을 설명한다. 달이의 충청도 사투리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답답하지도 않다. 말 끝을 열어두고, 판단을 미룬다.

“아니유, 그게 꼭 그런 건 아니잖여.”
“그렇게 급하게 허면, 맘이 더 다치쥬.”

충청도 사투리에는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는 힘이 있다. 그래서 달이는 큰소리를 치지 않아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말투가 곧 성격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달이 역시 항상 사투리만 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감정을 눌러야 할 순간에는 표준어가 섞인다. 달이에게 표준어는 감정을 숨기는 말이 아니라, 선을 긋는 말이다.


홍심의 말투 ― 가상이 만들어낸 생활감

〈백일의 낭군님〉의 홍심은 조금 다르다. 그녀의 말투는 충청도 같기도, 전라도 같기도 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홍심이 사는 ‘송주현’은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게요?”
“내가 그럴 줄 알았당께요.”

홍심의 사투리는 빠르고 솔직하다. 감정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래서 홍심은 로맨틱 코미디 사극이라는 장르에 정확히 어울린다. 말이 곧 장면의 속도가 된다.


“낭군님”이라는 말 한마디의 힘

홍심의 사투리를 이야기할 때, 이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8회에서 등장한 “낭군님 낭군님 낭군님!”이라는 대사다.

원득의 재촉에 떠밀려, 국어책을 읽듯 후루룩 내뱉은 말. 부끄러움이 앞서 감정을 담을 틈도 없었던 장면이다.

배우 남지현은 이 장면을 두고 “처음으로 원득과 홍심의 관계가 확실하게 명명되는 대사”라고 설명했다.

표준어였다면 단정했을 고백이, 사투리 억양 속에서 튀어나오자 훨씬 인간적으로 들린다. 그래서 이 장면은 시청자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두 사람의 공통점 ― 사투리와 표준어를 함께 쓰는 인물

홍심과 달이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이것이다. 두 사람은 사투리만 쓰는 인물도, 표준어만 쓰는 인물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언어를 선택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 현실적이다. 우리 역시 집에서 쓰는 말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는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말이 남긴 사람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종종 인물의 얼굴보다 말투를 먼저 떠올린다. 그 말투 안에는 지역이 있고, 삶의 속도가 있고,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있다.

사투리는 설정이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출처: MBC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 / tvN 〈백일의 낭군님〉(2018) / 배우 남지현 인터뷰 / 방송 대사 일부 발췌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충청도 사투리의 매력

🎯 충청도 사투리 퀴즈 | 독자 참여

드라마를 보며 말끝에 “~유”가 붙기 시작했다면, 당신도 이미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에 빠진 걸지도 몰라요. 아래 문장의 뜻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을 골라보세요 😊


Q1. “그려유, 내가 뭐라 그랬쥬?”
  1. 내가 화냈잖아요
  2. 내가 말했잖아요
  3. 내가 몰랐잖아요
  4. 내가 다시 설명할게요
Q2. “아이고, 그건 좀 아닌 거 같어유.”
  1. 아주 싫다
  2. 별로다 / 썩 내키지 않는다
  3. 절대 용납할 수 없다
  4.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
Q3. “냅두면 지가 알아서 허겄쥬.”
  1. 빨리 처리해야 한다
  2. 누군가 꼭 도와줘야 한다
  3. 가만두면 스스로 해결할 것이다
  4. 이미 늦었다
Q4. “그려도 너무한 거 아니여?”
  1. 그래도 심하지 않냐
  2. 그래도 괜찮지 않냐
  3. 그래도 상관없지 않냐
  4. 그래도 잘한 거 아니냐
Q5. “글쎄유, 꼭 그렇다곤 못 허쥬.”
  1. 절대 아니다
  2. 아직은 잘 모르겠다 / 단정할 수 없다
  3. 확실하다
  4. 이미 결정된 일이다
✔ 정답 확인하기

Q1. B
Q2. B
Q3. C
Q4. A
Q5. B

※ 충청도 사투리는 단정하기보다 여지를 남기는 표현이 많아요.
그래서 말이 더 부드럽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

📚 출처

  • MBC 드라마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
  •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2018)
  • 배우 남지현 인터뷰(홍심 ‘송주현’ 가상 사투리 설정)
  • 방송 대사 일부 발췌(의미 전달 목적)